[NBS 국민방송] 2016. 5. 17
2016년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기획공연 금요공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우리소리연구회 소리 숲(이하 소리 숲)의 <소리의 숲 길>이 지난 5월 13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공연되었다.
<소리의 숲 길>은 민요과 궁중 음악, 우리 가곡과 서양의 가곡, 영화 OST, 뮤지컬 OST 등으로 국악을 더욱 친근하고 즐겁게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무대로 만들어졌다.
<소리의 숲 길>은 국악기인 피리와 해금과 함께 피아노, 바이올린, 드럼이 연주에 참여하였고, 바리톤 성악가의 노래와 현대무용이 어우러져서, 5월의 봄바람을 타고 흐르는 화사하고 잔잔한 숲 길의 소리를 그려냈다. 본지는 오늘부터 이틀에 걸쳐 <소리의 숲 길>에 대하여 공유할 예정이다.
퓨전 음악이 아닌, 궁중 음악과 민속 음악을 우리 전통 음악 원곡으로 연주하다
소리 숲은 서양 악기에 맞춰 작곡하거나 편곡한 퓨전 음악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우리 전통 음악의 품안에서 궁중 음악과 민속 음악, 그리고 서양의 음악을 원곡으로 연주하려는 취지를 가진 단체이다.
<소리의 숲 길>은 국악기와 서양 악기의 합주로 공연이 이루어지지만, 서양 악기로 전통 음악을 연주할 때와 국악기로 서양 음악을 연주할 때 모두 원곡에 충실하게 연주한다.
소리 숲이 편곡으로 이루어진 퓨전 음악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서양 악기는 서양 음악에 어울리고, 전통 악기는 전통 음악에 어울린다는 편견을 없애는데 도움을 준다.
퓨전 음악이 나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동서양 악기의 조합으로 소리 숲이 만들어내는 원곡의 묘미는, 동서양 악기가 같이 연주될 때 퓨전 음악을 더욱 자주 들을 수 있는 현실에서, <소리의 숲 길>에서 원곡이 가진 매력을 편곡 없이 악기의 변화로 독특하게 해석해낸다는 점에서 새롭고 흥미로운 음악적 만족을 가져다준다.
소리를 리드하는 피리와 무대를 채우는 안무
10개의 프로그램 중 <소리의 숲 길>의 첫 곡은 ‘봄의 소리 숲 길 – 5월의 바람’이었다. 어둠 속에서 최승현은 대북을 치면서 공연을 시작하였다. 김지윤이 국악기 피리를 연주하였고, 헤케이브 정은주 컴퍼니 대표인 정은주는 현대무용으로 5월의 바람을 소리의 몸짓으로 표현하였다.
‘봄의 소리 숲 길 – 5월의 바람’은 전통무용의 느낌도 곁들여진 현대무용이 함께 하여 듣는 음악과 보는 음악을 함께 하는 무대였다. 시작과 마찬가지로 어둠 속에서 대북소리로 마무리하였는데, 소리를 리드하는 피리 소리와 무대를 채우는 안무가 인상적인 시간이었다.
<소리의 숲 길>은 작은 국악기인 피리가 얼마나 소리의 공간을 창출해내는지 보여주기도 하는 시간이었는데, 경기 민요 ‘태평가’에서도 그런 느낌은 이어졌다. ‘태평가’는 애절함이 박자감, 리듬감을 타고 흘렀는데, 듣기 편하게 연주하면서도 연주의 본질을 유지한다는 점이 관객들에게 전달되었다.
국악기 피리는 작은 악기인데, 서양의 큰 관악기가 내는 풍성한 소리를 <소리의 숲 길>에서 보여주었다. 악기의 힘인지, 연주된 곡이 포함한 장점인지, 연주자의 능력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피리 소리가 가진 매력을 <소리의 숲 길>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절제하는 드럼과 피아노는 우리의 전통적인 타악기의 느낌을 준다
<소리의 숲 길>의 ‘태평가’ 연주에 사용된 드럼은 전통적인 타악기의 느낌을 주기도 하였다. 록밴드의 음악에서의 드럼이 아닌, ‘태평가’에서 절제하면서 호흡을 맞추는 드럼은, 피리와 해금이 만드는 전통적인 소리를 모드 전환하여 현대적으로도 어울리는 소리로 들리도록 만들어 주었다.
<소리의 숲 길>은 피아노의 선율악기적 느낌과 더불어 타악기적인 느낌도 경험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가볍게 피아노의 건반을 누르는 부분에서는 피아노가 타악기적인 느낌을 가지고, 전통 악기들과 잘 어울린다는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해령진무’는 현대무용과 함께 피아노의 단독 연주로 진행되었는데, 피아노가 있는 부분만 제외하고 무대는 어두워지고, 관객석이 환하게 밝아진 상태에서 관객석에서부터 정은주의 안무가 진행되었다. 관객석 안으로 들어간 안무는 표현의 제약이 따를 수 있다고 추측할 수 있는데, 정식 무대만큼은 아니어도 풍류사랑방은 구조상 충분히 많은 표현이 가능한 공간을 가지고 있다.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의 무대에서 관객들이 방석을 깔고 앉아서 공연을 보고 관객석에서 공연이 이루어진다면 어떤 새로운 감동을 주게 될지, <소리의 숲 길>을 보면서 상상하게 되었다.
‘해령진무’에서 피아노가 독주를 할 때에도 보통 독주를 할 때처럼 피아노의 뚜껑을 높이 열고 연주하지 않았는데, 풍류사랑방이 가진 자연 음향 공연 환경이기 때문에 소리가 살아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점은 바리톤의 성악이 함께 한 <소리의 숲 길>의 후반부에서 더욱 강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