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S 국민방송] 2016. 5. 17
해금이 표현하였던 애절함을 넘겨 받은 바이올린, 동서양 악기들의 호흡
슈베르트의 ‘들장미 D.257, Op.3-3’은 피아니스트 이수연, 바이올리니스트 김정수와 함께 노은아가 해금을 연주하였다. ‘들장미 D.257, Op.3-3’은 괴테의 시에 곡을 붙인 슈베르트의 가곡이다.
‘들장미 D.257, Op.3-3’은 바이올린과 해금이 현악부분을 번갈아 연주하기도 하였다. 바이올린과 해금이 만드는 다른 느낌은 곡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하였고, 특히 해금은 애절함을 진하게 느끼게 만드는 선율을 전달하여 주었다.
전통의 악기가 애절한 한의 정서를 표현하는데 더 적합한 것이라는 생각을 ‘들장미 D.257, Op.3-3’에서는 하게 되었었다. 해금이 연주에 참여하지 않은, 영화 <미션>의 OST인 ‘넬라 판타지아’에서는 이전의 곡에서 해금이 담당하였던 애절함을 바이올린이 맡아서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였다.
<소리의 숲 길>은 동서양 악기가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너무 강한 선입견을 없애는데에도 도움을 준 공연이었다. 애절함을 표현하는 악기를 해금과 바이올린이 모두 맡을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음악적 표현으로 확대되면서, 소리 숲이 추구하는 원곡 연주의 음악적 매력의 개연성과 가능성, 그리고 새로운 감동에 대한 실감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오페라의 아리아, 우리 가곡 등 성악과 어울린 <소리의 숲 길>
<소리의 숲 길>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OST인 ‘All I Ask of You’는 피리, 피아노와 함께 바리톤 김종표의 성악으로 만들어졌다. 피아노와 바리톤은 익숙한 조합이지만, 국악기 피리와 바리톤은 궁금한 조합이었다.
김종표는 맑고 부드러운 바리톤으로 테너적 느낌도 가지고 있었다. 피리 연주자인 김지윤을 상대배역처럼 대하는 김종표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는 재미도 느끼게 만들어주었다.
목소리 좋은 김종표의 노래를 더 듣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우리 가곡 ‘그리운 금강산’이 피리, 피아노의 연주와 함께 펼쳐졌다. ‘All I Ask of You’에 이어진 ‘그리운 금강산’은 굉장한 컬래버레이션늘 만들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자연스러운 공연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서로 더 잘 어울리고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분위기와 느낌으로 생각된다.
<소리의 숲 길>은 앙코르 연주시간에 사진과 비디오 촬영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알려주어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앙코르곡은 오페라 <카르멘>에 나오는 아리아로 진행되었다.
무제한의 사진, 비디오 촬영권을 획득한 관객들은 앙코르곡에서 어느새 스스로 리듬에 맞추어 같이 박수를 치면서 즐거워하였다. 관객들을 무장해제시킨 <소리의 숲 길>의 방법은 돋보였으며, 바리톤 김종표가 올레를 외치며 무대의 불이 꺼지고 공연을 극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소리의 숲 길>은 성악이 우리의 전통악기와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창작 오페라 <쉰 살의 남자>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서양 악기로 연주하면서 전통 악기로 연주하는 것 같은 느낌을 내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외국인 관객과 젊은 층의 관객, 그리고 어린 관객까지
<소리의 숲 길>에는 외국인 관객들이 꽤 많았다는 점이 주목되었다. 안무를 맡기도 한 <소리의 숲 길>의 정은주 연출은 공연에 대한 안내를 우리말뿐만 아니라 영어로도 설명하여 관객들의 환호를 받기도 하였다.
<소리의 숲 길>의 동서양이 조화를 이룬 연주를 들으면서 서양 사람들의 귀에는 어떻게 들릴까 궁금하였는데, 어쩌면 우리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우리는 우리의 소리보다 서양의 소리에 더욱 익숙해져있고, 서양 음악에 맞추어져 느끼도록 경험적으로 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리의 숲 길>은 외국인 관객들뿐만 아니라, 젊은 층의 관객들도 많았고,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공연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어린 아이들 관객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그런 면에서 볼 때 <소리의 숲 길>을 비롯한 우리의 소리가 외국의 관객들에게도 호응을 얻으려면, 우리의 소리에 대하여 우리나라 관객들이 어떤 면에 감동을 받고 열광하는지에 대하여 더욱 구체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어린 관객들은 부모를 따라서 풍류사랑방의 공연을 찾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전통의 소리가 너무 싫지는 않으니까, 아니 어쩌면 전통의 소리가 가진 아름다운 음악적 끌림을 더욱 순수하게 느꼈기 때문일 수 있다.